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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나이 40에 떠난다면 어디로 떠날까?




서른 셋, 어디든 갈 수 있을때… 우린 어디로 가야할까?

오랜 연인 버트와 베로나는 버트의 고향으로 이사하는 등 얼마 남지 않은 출산을 준비하며 앞으로 그들 앞에 펼쳐질 인생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버트의 부모님은 앞으로 2년간 벨기에에서 살기로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고,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 두 사람은 태어날 아기와 함께 살아갈 완벽한 장소를 찾아 각자의 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들을 방문해보기로 한다. 콜로라도에서 시작해 아리조나주의 피닉스와 투싼, 위스콘신주의 매디슨, 그리고 캐나다의 몬트리올은 물론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까지…


이 연인들이 얻은 결론은 뭘까?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뭐 대단한 스펙타클은 아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아니다. 놓쳐서는 안될 장면과 이유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편안하다. 그들의 움직임대로 따라 여행을 떠나면 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뭔가 부족해 ‘우리의 아이를 위해’ 풍족한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사람들은 베로나와 버트의 진솔하고 숨김없는 사랑에 더욱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잔디밭의 비유>가 생각난다. 넓은 잔디밭에서 흙이 보이지 않는 푸른잔디만이 있는 곳을 찾아서 여기 저기 찾아다니지만 흙이 보이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을 깨닫기 까지 그렇게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들은 매번 그렇게 푸른잔디를 찾아서 헤맨다.


최근에 읽었던 두 권의 책이 생각난다. <인간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과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이다. <인간붓다…>는 최근 <날마다 웃는집>, <행복한 출근길>등으로 우리들에게 생활의 지혜를 준 법륜스님의 책이다. 신성의 세계에 계시는 붓다를 인간의 역사로 조명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중생의 모습으로 우리들 곁으로 와서 “함께 행복해질 수 없을까?”하는 의문으로 출가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는 한 평생을 맨발로 다니고 버린 천을 주워 걸쳐입으면서 걸식하며 지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분께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최고로 가난한 사람이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 - 붓다의 일생을 조명한 책이다.

한 성인의 삶을 역사적으로, 학문적으로 정리하기보다 인간 삶의 군상 깊숙이 들어와 함께 하면서 지냈던 모습이 그려지고 그들 무리의 유순한 유행에 따라 나서본다. 지금 이 자리에 그들이 온다면 지금의 나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의 사회문제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나는 왜…>는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류시화님이 엮은 책이다. 미국내에서 인디언들의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또 그들은 그들의 삶의 영역에 침범해 온 ‘얼굴 흰 사람’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예수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 분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을 들고와서는 종교를 강요하지만, 그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의심스럽고, 인디언 그들에게는 따로 기록해 둔 경전이 없지만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평화로웠다.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는가? 자연의 소리에 순응하고 있는가? 인디언들에게는 따로 종교가 없다고 하지만 자연 그 자체가 진리이고 종교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안타까웠다. 그렇게 물질문명을 앞세워 인디언을 몰아낸 것은 ‘얼굴 흰 사람’ 미국인들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히 인디언들의 경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버트와 베로나의 커플이 지인들을 찾아 나섰듯이 우리들은 언제나 여행이 아닌 방황을 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 대한 신뢰조차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래서 욕심내지 않는 것이 바보스럽고, 당연히 화를 내어야 할 일에도 화내지 않는 것은 정말 바보취급이다. 버트와 베로나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붓다가 꿈꾸던 ‘다함께 행복한 세상’이고, 인디언들이 ‘자연에 순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삶, 만족할 줄 아는 삶>이라는 쉽지 않은 화두를 주고 있다.


<어웨이위고 AWAY WE GO>의 팸플릿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영화사상 최고로 맘에 드는 커플등장!! 버트 & 베로나!’ 가슴뭉클한 이야기~ 언젠가 함께하는 사람들과 두고 두고 보고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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