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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배우 김여진씨 바자회 열어

 

[한겨레] 배우 김여진(37·사진 왼쪽)씨가 해고 위기에 처한 홍익대 청소·경비원들을 돕기 위한 '우당탕탕 바자회'를 열었다. 22일 낮 12시부터 홍익대 앞 어린이놀이터에서 6시간 동안 진행된 바자회는 인디밴드 공연, 타로점 보기, 건강상담, 트위터 프로필 사진찍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김씨는 공연팀, 봉사자 등 110명의 진행팀과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며 1200여 명의 '손님'을 맞았다. 수익금 770여만 원은 전액 홍익대 청소·경비원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김씨는 지난해 말 서울대병원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서울시 환경미화원들의 어려운 사연을 듣고 청소용역노동 실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트위터에서 홍익대 청소·경비원들의 해고 사실을 접한 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는 그때 대학로에서 신경숙씨의 베스트셀러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를 각색한 같은 이름의 연극에서 딸 역할을 맡고 있었다. 김씨는 청소 용역 아주머니들이 연극 속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김씨는 홍익대 청소·경비원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난 3일부터 농성장을 거의 매일 찾고 있다. 아주머니들 건강상태는 어떤지, 마음은 지치지 않았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핀다.

김씨는 지난번 농성장을 찾은 이 학교 총학생회장이 아주머니들이 건넨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목이 메었다. "밥만 얻어먹고 가기가 부담이 됐겠죠. 기회가 되면 학생들의 속마음을 듣고 싶습니다." 학생들도 변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얼마 전 내건 펼침막에는 '외부 세력이 있으면 같이 투쟁은 못해 드리지만 지지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지지라는 말이 너무 반가웠다. 학생들은 귀마개와 담요를 사서 청소·경비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바자회는 김씨와 홍대 용역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트위터당 '날라리 외부세력'이 함께 열었다. 250여 명이 가입한 '날라리 외부세력'은 홍대 용역 노동자를 돕는 "든든한 동지들"이다. 성금을 보내거나 물품 후원을 하는 이들만 500여 명에 이른다. 김씨와 '날라리 외부세력'은 보수적인 한 신문에 '총장과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밥 한번같이 먹자'는 광고도 냈다. 비용은 6일 동안 트위터를 통해 모았다."어머님들이 총장이 보는 신문에 광고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 의견을 존중했다"고 했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