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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다

미니갤러리 10번째 ::봄날 여름산

 

[미니갤러리 10번째]

 


요즘 날씨에 대해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봄꽃을 채 즐기기도 전에 여름옷을 꺼내야 하고, 다시 비가 온 종일 내릴 때는 봄기운이 덜 가셨는지 쌀쌀하기도 합니다. 이런 날씨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6월이 다가오는데 감기환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미니갤러리가 10번째 전시회를 준비하였습니다. 두메산골의 때 묻지 않은 여름 산이 저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초록의 산 빛과 그 사이로 흐르는 내 감수성의 전부를 만납니다. <봄날 여름산>을 만나는 순간, 나는 이미 과거의 <나>에게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봄날 여름산>을 통해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겨 보고 옛 봄의 정취를 더듬어 볼 수 있을 겁니다. ‘옛 봄을 그리워하다’라는 부제를 달아본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새로운 기부프로그램 <미니갤러리>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2012.5.22(화) ▶ 6.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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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미니갤러리 10번째  - 봄날 여름산 展
◈ 일시 : 2012년 5월 22일(화) ~ 6월 11일(월) 오전 9:30 ~ 오후 6:00
※ 5월 22일(화) 오후3:00 오프닝행사가 진행됩니다.
◈ 장소 : 행복한 책방(02-587-8991)
◈ 온라인 전시 : 에코동의 서재 (http://ecodong.tistory.com)
◈ 주최 : 행복한책방, 법보신문, 에코동의서재, 휴심정, 한겨레출판, 시공사, 김영사, 희망플래너, 늘보공방, 청주미술특송, 생각정원, (주)재원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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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봄날 여름산> 박영숙.이문선, 118cmX70cm, C-print, 2012 행복한책방

 

나는 어린 시절을 두메산골에서 보냈다고 곧잘 말한다. 이삼십 분 걸어 나오면 버스가 다니는 큰 길이 있으니 두메산골이라 하기에는 조금 무엇하지만 그렇게 말해두는 게 설명하는 데는 낫지 싶어서다. 비포장도로에 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하루에 두세 번 있을까. 버스에 내려서는 집이 한두 채 있든가 없든가. 거기서 다시 십리를 산길 따라 걸어 들어가면 마을이 하나 있다. 비포장도로마저 온데간데없다.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이모집도 그랬고 몇 해 전 걸어걸어 찾아갔던 네팔의 절벽 위의 마을도 그랬다. 그 안에서는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그때부터 나에게 봄은 고요 그 자체였다.

중학교 2학년 때의 봄이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하루를 쉬게 해줬다.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기억이 아물한데 아마도 불국사가 있는 경주와 동해안을 따라 해안선을 달리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밥보다도 잠이 더 고팠던지라 아침도 거르고 늦잠을 잔 날이다. 담장도 없이 밭 한가운데 서 있는 집은 햇살이 잘 들었다. 문만 열어두면 방안까지 들어올 참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논으로 밭으로 일 나갔을 테고 형과 누나들은 학교로 갔을 것이다. 늦은 아침 늘어붙은 잠을 떨치고 겨우 일어나 마루에 앉았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적막함. 그 공허함이 ‘봄春’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잔상으로 남았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 간혹 봄에 집착하듯 손을 내밀고 마음을 두려는 것도 그 공허함을 달래려는 오랜 업식 탓일까.

<봄날 여름산>은 그날 아침 적막함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름이 오는 어귀의 산은 부끄럼 많은 소년마냥 미소만 짓고 있다. 그러나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봄날의 산은 이미 봄이 아니다. 새싹을 밀어 올린 봄의 의젓함을 뒤로 하고 어느새 여름이다. 청년이다. 초록과 검정의 단순한 조합에서 여름 햇살에 그을어가는 청년의 어깨를 떠올린다. 그래서 <봄날 여름산>은 그리움이고 기다림이다.
내 소년시절의 공허함, 그 가슴 싸한 공기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것으로 그 역할은 다 했다.

박석동 (에코동의 서재 http://ecodo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