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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8점
공지영 외 지음, 김용민 사회/
2010-11-15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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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 고등학생입니다. 학교를 다니기 싫어합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힘들고, 이미 문제아로 낙인찍혔기 때문에 굳이 착실하게 학교다니기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혹 학교를 빼먹고 하는가 봅니다.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안의 엄마가 갖는 공통된 불안감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인터뷰특강을 모아놓은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진행방식이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을 맡은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속시원한 질문을 던진다. 다소 강사가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까지도 서슴없이 던진다. 듣는 이, 읽는 이로 하여금 속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맞받아 대답하는 사람까지 속시원한 대답을 던질때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강사의 강의가 끝나고 나면 참가자들이 사회자에게 휴대폰을 통해 문자질문을 하거나, 직접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여기에 참가한 사람들은 공통점이라고는 별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노회찬, 앤디 비클바움, 공지영, 마쓰모토 하지메, 김규항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김제동씨는 강의에는 참여했지만 글에는 빠져있다.

내가 이 책을 출간될 때 벌써 만났다. 그렇지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제목에서 뭐 별다른 것을 건질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밀쳐두고 있었다. 제목에서 이미 우리사회의 대표적 특성을 풍자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서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특히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정말 문제야! 참 더러운 세상이지. 언제 바뀔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뀐다고 해결될까? 우리사회 전반에 노골적으로 퍼져있는 후진성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특별한 것을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가슴통쾌하고 거침없는 강의에 속시원한 동의의 박수를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청중의 질문을 통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이 만큼이나 답답하게 생각하며 사회에 저항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것이다. 어찌보면 매번 강연회에 참여하는 적극성,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무한경쟁의 시스템에 대해 알아차리고 저항하려는 의지 등이 엿보였던 것이다. 희망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 지 해매고만 있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열정을 보았다.

최근에 청년정토회에서 주최한 <2030 청년멘토링 방황해도 괜찮아>에서 법륜스님은 성공에 대해서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했던 대목이 떠 오른다. 성공을 꿈꾸는 청년의 조급함에 ‘성공해서 무엇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시험에 성공하고, 직장에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고, 큰 집을 사고 싶고..... 계속되는 질문속에서 ‘그렇게 해서 무엇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욕하고 비판한 것이 혹여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지 말고 2등, 3등도 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주장으로 이해했다면 오산이다. 또는 그 시류에 편승한 범위 안에서 조금 개선하는 방향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큰 범주에서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1등부터 서열화해서 한 줄로 세우는 것 자체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