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읽다

[책리뷰] 진보-집권-플랜






<진보집권플랜>...... 이 책의 제목이다.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상세하게 리뷰를 달지 않아도 충분한 키워드를 표지에서 말해주고 있다. 오연호는 오마이뉴스 대표로 노무현대통령과의 마지막 인터뷰로 유명하다. 또 조국교수는 요즘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강연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조국교수, 어느 날 갑자기 내 옆에 다가왔다. 트위터에 등장하고 페이스북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광적으로 열광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젊은(?) 여성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마치 아이돌가수의 등장과 소녀팬의 열광 정도라고 묘사하면 적절할까? 젊은 지식인이 얼굴도 잘 생겼고, 말도 잘하는데, 거기다가 사상도 진보적이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나는 이 책<진보집권플랜>을 몇장 넘기면서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조금은 짐작된다. 그들은 나보다 먼저 그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학력과 외모, 그리고 활동의 이력에 대해 나보다 먼저 알았고 그를 먼저 만났기 때문이리라. 나또한 그들처럼 일찍 알았다면 환호성을 지르고 가까이 만난다면 기꺼이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페이스북에서 친구맺기를 해야겠다. 그가 친구로 맞아줄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보의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거칠고 쉼없이, 주저함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얄팍한 나의 사상적 조류(가 있기는 했나?)에 낯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치열한 자기구도적 열정을 새롭게 배운다. 진보에 대한 거침없는 자기성찰적 비판을 보면서 감히 선승의 풍모를 가졌다고 찬하고 싶다.

왜 진보가 차기정권을 집권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
하고 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성과와 한계들을 짚어보면서 앞으로의 당당한 준비를 주문하고 있다. 또 현재의 야당에 대해서는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들’이라고 대놓고 꼬집기도 한다. 철저한 자기성찰에 대한 요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속시원하다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구체적 대답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고 그것에 대한 대리만족이다.

이 책은 <진보>에 대해 개념적 정의부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메시지다. 최근 베스트셀러 <정의란무엇인가?>를 통해 우리사회에서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고 대화와 토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다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우리사회 - 자본주의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의식의 성장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육체적으로 정신으로 무장한 사회구성원들이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사회참여>라는 강스파이크를 내리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사회, 경제 민주화 영역에 대해서는 복지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는 진보든 보수든 ‘복지’가 화두가 되고 있다. 무상급식, 전세대란,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의 민생영역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짚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복지’문제를 들고 나왔으면서도 각자의 영역과 입장을 중심으로 비판만 있지, 대안이 없고 대안마련을 위한 대화도 없는 것이 현실정치 세계이다. 구체성이 결여된 채 포풀리즘이라고 상호비방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에서는 ‘복지가 밥 먹여준다’ 또는 ‘진보가 더 좋은 밥을 먹여준다’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육분야’에 대해서도 청년들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언급하고 있다. 대학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인생이 되어버리는 사회, 우리나라를 두고 하는 말이다. 크게 배우는 대학(大學)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직업기능인을 길러내는 직업훈련원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하되,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유럽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기성세대는 20대의 대학생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없고 취업을 위한 개인의 스펙쌓기에만 치중하는 것에 대해 지적할 것이 아니라 그 잘나가던, 사회의식 있던 386의 자녀들이 지금 20대이지 않은가? 지금의 386이 ‘생활우파’가 되어 찌들어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먼저 대답해야 할 것이다.

통일분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의 MB통일정책을 두고 비난을 넘어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김일성 사후 ‘북한붕괴론’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걸어 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고 받으며 영향을 주는 사람사이의 관계문제와 유사한 것인데 그것을 못 풀고 있다. 감정만 건드리고, 자존심 상하게 하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것 같으니 답답할 뿐~)

조국교수는 ‘北 도우며 비판하는 법륜스님 <연합뉴스>’를 인용하며 법륜스님의 북한인권 접근법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사회는 남한내 인권문제는 다루지 않으면서 북한의 인권문제만 민감하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 또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그 인권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는 북한민중의 배고픔에 대해서 대북인도적 식량지원이라는 것으로 연결지어 보지 못하는 진보와 보수진영을 포함한 우리사회 전반의 한계다.

‘검찰개혁’을 언급하며 권력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 초기 ‘평검사와의 대화’에 눈 부라리며 나섰던 검사들은 지금 MB정부하에서 어떤 태도로 지내고 있을까? 최근에는 국회에서 검찰에 대한 법개정의 움직임에 검찰총장이 맞대응하는 장면들이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어디나 개혁은 쉽지 않다. 진보영역의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내부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는 자신이 성찰과 내려놓음이 함께 동반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해하면서도 용서가 안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웃기는 검찰’이라고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마지막 부분에 사람들(정치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작할때에는 <뒷부분에서 사람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야기하겠다>던 것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듯 하다. 좀 더 세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것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여기서 언급된 거물급(?) 정치인들은 개인의 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집권을 위한 비판이라면 분명히 할 소리는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약해서 조금 불만이다.

이 책은 처음 시작할때의 이야기만큼 이야기가 깊지는 않다. 그렇다고 불만은 아니다. 아마도 더 깊었다면 전문서적이 되어 석박사급들의 연구논문처럼 읽기도 이해하기도 난해했을 것이다. 진보-보수, 좌-우, 여-야 등의 용어와 그들의 말싸움에 골머리 앓을 많은 일반대중들이 읽으면서 ‘우리사회의 전반적 흐름을 이렇게 이해할 수 있겠군~’하고 책을 덮는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운하다. 그동안 알듯 모를 듯 한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태도 불만이었고, 그것이 잘 이해 안되는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만족을 찾을 수 없었는데 적어도 ‘앞으로 진보가 왜 집권해야 하는가?’, ‘진보가 밥먹여주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연구해야겠군~’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는다.

저자소개

오연호 |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1964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리젠트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월간 말>에서 심층취재 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2000년 2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오마이뉴스>를 창간했다. 현재 6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활동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하면서 세계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이 주는 경영혁신상을 수상했고, 2007년 미국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이 뛰어난 언론인에게 주는 ‘미주리 메달’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노근리 그 후》 《식민지의 아들에게》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공저) 등이 있다.

조 국 |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2년 3월, 만 16세 11개월의 나이로 서울대 법대에 최연소 입학을 하였고, 1980년대 하반기 대학원을 다니며 이수성 서울대 총장(이후 국무총리)의 조교로 일하였다. 대학원 재학 기간 동안 이진경(현 서울산업대 교수), 진중권(현 중앙대 겸임교수) 등과 함께 주체사상 비판작업을 수행하고, 필명으로 <주체사상 비판>(벼리출판사)를 출간하였다. 1992년에는 만 26세 11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울산대 교수로 임용되어 화제거리가 되었다. 1993년 고향 및 대학 선배인 백태웅씨(현재 카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가 이끄는 <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도운 혐의로 반년간 옥고를 치렀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의한 '양심수'로 지정되었다. 재판 당시 천정배 변호사(이후 법무부장관)가 그의 변호팀을 이끌었다.
2001년 12월 이후로 서울대학교에서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00년 이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하였고, 2007년 12월 대법원장 지명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임명되어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조사와 구제에 일조하고 있다.
전공인 법학연구를 삶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여력이 되는 대로 전공 밖의 세상일에 관여하고 있다. 법의 제정.해석.집행의 문제, 그리고 인권의 보장과 신장의 문제가 애초부터 세상 일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므로.
2003년 한국형사법학회 정암형사법학술상, 2007년 서울대 법과대학 우수연구교수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한겨레신문사>, “한국의 미래 열어갈 100인” 중 “학술(인문·사회) 8인”, 2005년 <경향신문사> “한국을 이끌 60인”, 2006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 선정되었다.
학술서로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형사법의 성편향>,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로스쿨 형법총론> 등을, 에세이집으로는 <성찰하는 진보>를 발간했다.


<진보집권플랜>에서 언급된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