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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노희경 작가

 

방송작가 노희경의 진솔한 이야기는 눈물을 머금게 만든다. 나는 탈북시인 장진성이 쓴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시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삼키고, 그 뒤 노희경 작가의 심경이 담긴 글에서는 두 줄째 읽으면서 목이 메었다. 사람냄새나는 노희경의 통곡같은 호소는 짧은 글이지만 차라리 세상을 향한 절규다. 깡마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세상을 압도하는 강렬함이 묻어 있지만 그렇게 사람냄새나는 옆집 누나였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장진성

그는 초췌했다
-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母性)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내려보던 그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 주자
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 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노희경작가는 이 시를 만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잠도 들지 못하고, 드라마도 쓰지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고, 먹은 밥이 알알이 얹히면서, 오늘은 이 시 하나 때문에 가슴만 먹먹해 하루가 갑니다. 북한의 가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새로울 것도 없다, 먹먹한 가슴은 감상이다, 꾸짖고, 글이나 쓰자, 나는 작가다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데, 몇 시간을 앉아있어도 씬 하나 온전히 쓰질 못합니다.
굶어죽는 절대가난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것인가? 사람이 하루 4천 5백 명씩 죽어가는데 새로울 것 없다고, 뒤돌 것인가? 감상이란 지나친 감정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사람 죽어가는데 맘 아픈 것은 지나친 게 아니라 너무도 마땅한 것 아닌가?
나는 작가다, 그런데, 작가란 사람은 사람이 죽든 말든 오직 제 밥벌이 글쓰기에 몰두하는 그런 사람인가? 내가 한 질문에 내가 답을 찾을 수 없어, 그만 쓰던 드라말 접고,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를 읽고 또 읽습니다.

노희경작가가 이 시를 대하는 것은 시로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대했다. 나는 그의 소감을 듣고는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시만큼이나 울컥했다.

시인 장진성(36)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나의 작가"고 불렸다. 김 위원장을 두번이나 만나는 '영광'도 누렸다. 그런 그가 2004년 북한을 탈출, 한국에서 최근 시집을 펴냈다. 제목은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그가 북한의 어느 시장에서 목격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굶주림을 못 견뎌 결국 딸을 100원에 판 어머니의 사연이다. 그 100원으로 밀가루빵을 사서 팔려가는 딸의 손에 쥐어주며 "미안하다"를 되뇌던 어머니를 보며 장씨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밖에 그가 북한 곳곳에서 본 현실을 담은 시 70여 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