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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똥이 밥이다

 

 

 

 

똥이야기

 

아마도 여덟살 때인가 보다. 동네에 무슨 잔치가 벌어지고 하루 종일 떡이며, 과일이며, 돼지고기 등을 먹으면서 오후 나절에는 배가 빵빵해져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기억이다. 똥 마렵지도 않은데 화장실에 앉아 애를 쓴 적이 있다.

어린시절이야,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산골에서 먹을 것은 간혹 잔치가 벌어지거나 누구 집에 큰 제사를 지내고는 음식을 나눠먹을때가 전부다. 제사는 주로 한 밤중에 지내기 때문에 새벽녘에 집집마다 음식을 날랐다. 누구 집에 제사다~ 하면 새벽에 깨우면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아마도 겨울에는 5-6시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생각으로는 3-4시 정도로 캄캄한 밤중으로 느껴진다. 골고루 담아온 제사밥을 비벼먹고, 고기며 떡이며 과일들을 그 새벽에 다 먹어치우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각설하고, 어린 시절의 화장실은 주로 재래식 화장실이다. 그것도 모양도 가지가지다. 큰 항아리를 아래에 묻고 발판만 두개 걸쳐서 화장실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쏟아내는 똥을 쳐다보고, 그 사이에 기어다니는 구더기를 무섭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쳐다보기도 한다.

지금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슨 소리하나~ 하고 들을 아이들도 많겠다. 지금은 왠만한 시골 화장실도 깨끗하게 바뀌어 있으니 말이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 왼쪽부터 이해일박사, 김성균교수, 최훈근박사, 최광수교수

똥이 밥이다.

 

이런 화장실, 특히 재래식 화장실을 찾아다니며 생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래식 화장실이 갖고 있는 단점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그 방법들을 어떻게 집 안으로, 또는 방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가 하는 것을 고민하고 찾아다닌 것이다. 또 오래전의 사찰해우소도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이 번에는 책으로 묶어 냈다. <똥이 밥이다>라는 제목을 달고서...<밥이 똥이다>라는 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은 이해할 듯 하지만, <똥이 밥이라니~?>

우리 삶의 순환고리를 애써 찾아보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과거를 들추어 지금의 삶과 미래의 삶을 내다보고자 하는 것 같다. 재밌다. 뭐 그리 더러운(?)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제목만큼이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