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2) 제주의 땅으로 들어가다 진주에서 순천은 한시간 반 거리다. 순천은 항상 나에게 의미가 있는 도시였다. 형제가 많은 우리집은 자식들이 농사일에 곧바로 연결되는 노동력 그자체였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막내인 나는 항상 ‘집보기’가 나의 역할이다. 형제가 많아서 좋은 점도 종종 있지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학교진학이 문제였다. 등록금이 문제인것이다. 지금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얼마나 이해할지 모르지만 내가 자랄때만 해도 ‘여자가 무슨 학교? 그것도 고등학교까지 마치면 넉넉한거지!’하던 때가 있었다. 여하튼 셋째누나는 기를 쓰고 대학가려고 했고, 먼 친척의 도움으로 순천에서 학교를 다녔다. 공부가 뭔지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다니던 나에게 ‘공부’하라고 밤이고 새벽이고 깨웠던 누나다. 순천의 대승사.. 더보기 이전 1 ··· 194 195 196 197 198 199 200 ··· 2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