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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다

공양간과 음식, 발우공양



공양간 / 먹, 동양화물감 / 진리의숲 
정갈한 음식을 만드는 공간을 절에서는 공양간이라고 한다. 공양간에는 식사를 준비하는 소임이 따로 있다. 음식관리를 총괄하고 밥을 준비하는 '공양주', 국 끓이는 '갱두', 반찬을 마련하는 '채공'으로 구분한다. 깨달음의 장을 진행하고 있는 문경의 정토수련원 공양간 입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서 붓을 들고 그리듯 써 본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인다. 부처님께 올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공양이니 음식의 정갈함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마저도 정갈함을 알 수 있다. 또 그동안 내가 받은 음식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란 말이다. 음식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일침을 가하는 죽비소리처럼 들린다. 요즘 사찰문화체험을 하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그 가운데 밥먹는 거룩한 의식인 발우공양이 가장 눈길을 끈다.

발우공양을 할때에는 밥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담은 ‘소심경’이라고 하는 경전을 외우며 밥을 나누고 먹는다. 소심경의 핵심내용을 담은 것으로 공양게송을 만들어 짧게 밥먹기 전에 기도를 하기도 한다. 발우공양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 풀어 쓴 <발우공양>은 에서 법륜스님은 아래와 같은 공양게송을 만들어 안내하며 발우공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밥에도 만인의 노고가 스며 있으며
한 올의 실타래 속에도 베 짜는 이의 피땀이 서려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이 음식을 먹고 이 옷을 입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일체중생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우리가 때마다 먹는 밥에는 태양과 바람, 물과 풀벌레, 그리고 새들과 사람들의 온갖 노고가 스며있다. 그래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거룩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이 밥을 먹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는 이치를 깨달아 모든 생명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잘 쓰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불가의 오랜 전통 식사법인 발우공양은 수행과 삶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발우공양은 먹을 만큼의 양을 덜어 먹고, 숭늉과 김치 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고, 다시 맑은 물로 깨끗이 씻은 뒤 발우수건을 닦는 과정을 거친다. 식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대중과 함께 하고, 찬이 모자라면 서로 십시일반으로 공평히 나눈다. 그리고 공양을 마친 뒤 공동체 성원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알리는 대중공사를 한다.

발우공양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가르친다. 소화하기 힘들 만큼 배부르게 먹고 남은 음식을 함부로 버리는 우리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소비하는 일상적인 삶이 넘어 생산하는 삶을 배우는 자리이다. 발우공양에 담긴 평등, 절약, 청결, 공동체 정신은 현대 문명의 위기를 드러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생태주의 사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 한국불교문화의 처음을 찾아서 소개한 <한국불교의 최초를 찾아서>에 보면 발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발견한 이야기들 가운데 집중적으로 조명한 내용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재미있는 소재들이 많다. 그 가운데 우리나의 경우 발우에 대해서는 문헌상으로 처음 나타나는 것은 신라의 원광법사가 사용했다고 하면서,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발우에 대해 소개한 내용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발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을 꼽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나, 정확하게 발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지정 문화재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단양구인사청자소문발우이다.


발우공양(밥과깨달음의길)
카테고리 종교 > 종교일반 > 종교이야기
지은이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정토출판,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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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최초를찾아서
카테고리 종교 > 불교 > 불교일반
지은이 심정섭 (운주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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