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밈과 번짐 커다란 비이커에 물을 담았습니다. 물이라는 것이 무색 무취라 있으면서도 그 모양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있으되 그 모양이 드러나지 않아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나 분명 존재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습니다. 한 방울의 잉크가 물속에서 조용히 내려 앉으며 스며드는 모양이 장관입니다. 소리없이 번지는 모양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말없이, 퍼져나가는 그 모양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여기 보라'고 소리라도 지를 듯이, 그들이 퍼져나가는 것은 번짐 그 자체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칭찬받으면 우쭐하고, 비난 받으면 기분나빠하는 것이 범부중생의 삶입니다. 세상의 변화에는 큰 힘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습니.. 더보기 이전 1 ··· 51 52 53 54 55 56 57 ··· 2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