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만화책이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 도자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도자기를 새롭게 소개하는 방식이 새롭다. 그동안 박물관이나 역사책에서 그릇(도자기)을 만나면 그저 그 시대의 유물이려니 하는 생각 이상의 관찰은 없었다.
잔잔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도자기를 만들었던 당시를 회고하고 그 문양에 얽힌 사연을 연상해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도자기에 대한 과도한 역사적 사실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담백하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모습들, 또 작가 나름의 상상을 더해서 도자기와 도자기 표면에 새겨진 문양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의 도자기, 역사속의 도자기가 오늘 우리들의 삶 속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물관의 박제된 듯한 느낌의 전시된 도자기에 대한 무관심에서 조선시대, 고려시대 등 당대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특징적이다.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을 통해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과거의 역사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 왕조의 변화에 따른 격변기에 겪게 되는 시대상황을 통해 현대사회의 제반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교훈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불교의 경전도, 공자와 예수의 가르침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가르침으로만 남겨둔다면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괴로움을 해결하는 지침으로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자풀이에만 국한해서는 안되고 현대사회의 모순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상큼한 책 한권을 만난 기쁨이 크다. 다음에 박물관에 가면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해봐야겠다.
인상적인 도자기들과의 만남
근심을 잊는 찻잔 받침대라는 의미일까? 망우대라고 씌어진 찻잔 받침은 참 특이하다. 작가도 이 대목에서 '5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은 온통 닦기 힘든 근심투성이구나'라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옛 선조들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가면서도 '해우소'라는 이름으로 근심을 잊어버리는 곳이는 의미를 달았듯이 차 한 잔 속에서도 이러한 의미부여를 하는 여유를 볼 수 있어 좋다.
근심의 종류야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이 살짝 생긴다. 저런 미학과 여유라면 근심을 잊어버리는 지혜또한 남다를 것 같다는 기대에서 말이다. 요즘 사람들처럼 허둥지둥 대는 모습은 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 청화백자 '망우대'가 쓰인 국화 곤충무늬 잔받침 / 조선 15세기, 보물 1056호,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나는 이 도자기의 사진을 보고는 충격이었다. 그동안의 매란국죽의 고상한 절개를 그리거나, 선비가 나무아래 앉아 공부하는 가운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그리거나, 새가 나무에 앉아 서로 정답게 지저귀는 모습을 담거나, 꽃과 나비를 담거나 하는 것 일색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나쁘다거나 의미없다거나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그 당시 시대의 <파격>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까실까실한 여름이불을 목에 두르는 장면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백자를 만든 도공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백자의 모양을 만들고 난 후 그 위에 올려야 할 그림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면, 그리고 목도리를 둘른 듯한 그림을 그리고서는 어떤 표정이었을까를 떠올려본다.
백자 철화 끈무의 병 / 조선 15세기중,후반~16세기, 보물 1060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만화 | 호연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며, 우리 것을 사랑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만화로 풀어내는 것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며, 우리 것을 사랑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만화로 풀어내는 것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책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0) | 2011.03.04 |
---|---|
[책리뷰]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2) | 2011.03.04 |
[책리뷰]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0) | 2011.03.03 |
[책리뷰] 행복한 출근길 (0) | 2011.02.24 |
[책리뷰] 누구 없는가 (0) | 2011.02.24 |
[책리뷰] 천 년의 침묵 (0) | 2011.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