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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공백(空白)의 철학으로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




백(白)
하라 켄야(hara kenya)
이정환 옮김
안그라픽스


한 글자의 제목도 특이한데, 별 꾸밈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안그라픽스>의 디자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꾸밈없음으로 꾸민 특별한 책이다. 100쪽 남짓한 작은 책을 이리도 소중하게 다이어리 다루듯 한 글자 한 글자 한 쪽 한 쪽을 읽었다. 그냥 읽어치우듯 하기 싫어 매일 조금씩 곱씹으며 읽었다.

제목에서 말하듯 ‘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색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 공(空)과 함께 쓰여 공백(空白)이라는 말로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 시작으로서의 색과 공간으로서 ‘백’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했을까 하는 돌아봄이 생긴다.

알록달록 유치찬란 색깔도 멀리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공백의 상태도 멀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그 공백에 뭔가를 채우려고 하고, 채워지지 않으면 허전해 한다. 시간이 지나고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 그 공백과 친해지는 것 같다. 단조롭다는 평가까지 받을 수 있을만큼 디자인을 하지만 그렇다고 백의 의미를 알아온 것은 아니었다.

사각형의 얇은 백의 공간이 되어 준비하고 있는 종이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비움, 기다림, 공백의 여유는 우리 생활속에 공존하지만 내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백’과 관련하여 깊이 사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옮기는 것은 무의미하고 다만 오늘 다시 내 생활에서 함께하는 백의 존재에 대해서 경배하듯 조심스럽게 바라봐야겠다. 이것은 단지 ‘백’의 의미만이 아니다. 다른 색(色)의 존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하라켄야의 책들